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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밭 한가운데 서있는 위령비

“어머나, 논밭 한가운데에 위령비가 있네?” 한국군 학살 위령비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수소문 끝에 찾아간 베트남 중부 꽝응아이성의 띤토 마을. 자그마한 위령비가 논두렁 가운데 섬처럼 서 있었습니다. 위령비 맞은편 집은 피해자 도반쯕 아저씨. 뒤쪽으로는 유가족 쩐민 할아버지, 도티미레 할머니 집입니다. 한국군에 의해 57명의 주민이 희생된 띤토학살(1966.10.17.~18)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위령비 근처에 옹기종기 모여살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을 끌고 가 저기서 다 죽였지.” 도반쯕(사건 당시 3세) 아저씨는 위령비를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마을이 가난하여 그날 이후 50년이 지나서야 위령비를 세웠습니다. 그런데 논밭 한가운데 서 있는 위령비로 가려면 신발이 푹푹 빠지는 진창길을 지나야 합니다. 비가 조금만 내려도 논은 물에 잠깁니다. 띤토학살 위령제가 열리는 10월은 비가 자주 오는 우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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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입로가 없는 띤토 위령비

베트남 우기(10월) 때 위령비 모습

띤토 마을 사람들의 소원

오랜 세월 띤토 마을 위령제는 쓸쓸하게 지나갔습니다. 마을 인민위원회 사람들이 유가족들과 자리를 함께 했지만 부족하기만 합니다. 바로 옆 밀라이 마을(베트남전 당시 미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피해 마을)에는 위령제 때마다 많은 미국인들이 찾아와 함께합니다. 그럴 때마다 띤토 마을 사람들의 마음은 더욱 외롭습니다. 학살 51주기였던 2017년, 위령제 소식을 듣고 한국 사람들이 처음으로 마을에 조화를 보냈습니다. 위령비 앞에 늘어선 10개의 조화를 보고 유가족들은 펑펑 눈물을 흘렸습니다. 2019년 4월, 청와대에 베트남전 한국군 학살 피해자·유가족 103명이 청원서를 보낼 때 띤토 마을에서도 9명이 청원에 참여했습니다. 그리고 5개월 뒤 한국 정부의 무성의한 답변에 크게 실망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무엇으로 그분들을 조금이나마 위로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청원서를 받으며 들었던 마을의 소원이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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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원에 참여한 띤토 마을 주민

띤토학살 위령제 모습

띤토학살 위령제 모습

"위령비로 가는 길이 필요해"

올해 띤토 마을은 학살 55주기(2021.10.17.)를 맞이합니다. 우리는 띤토 마을 주민들에게 작고 아담한 길을 놓아드리고 싶습니다. 비가와도 걱정 없이 위령비를 오갈 수 있는 그런 길을요. 위령비 양 옆에는 작은 화단을 만들고 커다란 호아쓰 나무 두 그루를 심겠습니다. 베트남의 위령비, 묘지, 절에 많이 심는 대표적인 추모수인 호아쓰 나무. 영혼을 달래는 이 나무를 주민들에게 길과 함께 선물하고 싶습니다. 한국의 시민들이 보낸 평화의 길이 그분들과 마음의 길로 닿을 수 있기를. 여러분의 따뜻한 응원과 참여가 필요합니다! 논밭 한가운데 서있는 띤토 위령비 구출작전에 함께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