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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밥 줘요?

“오늘 밥 줘요?” 코로나 이후 학생들이 야학에 오기 전 빈번하게 묻는 말입니다. 처음에는 급식운영 상황에 따라 답을 했지만, 그 질문이 머리에 계속 남았습니다. 질문을 했던 분들을 떠올려봤습니다. 장애인거주시설에 계시다가 탈시설 후 김포시에서 자립하여 사시는 분, 부모님과 같이 살았지만 학교에 가지 못했고 지금도 배움의 열망을 채우기 위해 여기 저기 다니시는 분들이었습니다. 경사로가 없거나 식당 통로가 너무 좁아서 이용할 수 있는 식당이 별로 없거나 경제적인 형편으로 식당 이용이 부담스러운 분들이 보통하던 질문이었습니다.

점심시간! 야학은 무상급식을 하고 있어요

밥, 외로움을 벗어나는 힘

야학에서 급식을 시작한 때부터 지금까지 학생들에게는 무상급식을 하고 있습니다. 동네에서 살아가고 있는 중증장애인들이 야학에 공부하러 올 때 편하게 밥 먹으러 갈 수 있는 식당이 동네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에 읽었던 기사 제목이 떠오릅니다. ‘경사로 맛집’말고 ‘진짜 맛집’을 찾아([비마이너X다이애나랩 기획연재] 차별 없는 가게의 조건, 2020.11.16.) 였습니다. 휠체어 사용자는 식당을 이용하기 위해서 경사로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경사로가 갖춰진 식당은 드물고, 경사로가 갖춰진 맛집은 더더욱 드뭅니다. 경사로를 이용해 들어간 식당에서는 좁은 공간에 의자도 치워야 하고 공간도 넉넉하게 사용하기 때문에 가게 주인의 눈치를 보게 됩니다. 그래서 야학에서는 공부를 하러 나올 때 굶지 않고 지낼 수 있도록 무상급식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또 하나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어떤 학생에게 밥은 잘 드시고 계신지 물어봤습니다. 학생 분의 대답은 놀라웠습니다. 집에서는 밥을 잘 먹지 않고, 야학에 오면 밥을 드신다는 것이었습니다. 놀란 표정으로 왜 집에서 드시지 않는지 재차 물었습니다. 집에서 혼자 밥 먹으면 외롭다는 것이었습니다. 외롭고 쓸쓸해서 웬만하면 집에서 밥을 먹지 않고, 야학에 와서 친구들도 보고 이야기도 나누면서 밥을 드신다는 것이었습니다. 야학에서 밥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됩니다. 단순히 먹을거리, 맛집을 넘어서 관계를 맺고 외로움을 벗어나게 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밥을 보게 됩니다.

친구들과 함께 밥도 먹고 이야기도 하고

2021년 지원금 “0”원

밥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면서 지자체와 교육청에 급식비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2020년에 전국에 있는 장애인평생교육기관 급식 현황들을 살펴보았고 급식비 지원을 받고 있는 야학의 자료도 모았습니다. 지자체에 급식비 지원에 대한 내용을 보내고 면담도 했습니다. 결과는 제목과 같이 2020년 “0”원, 2021년 “0원”입니다. 2021년 코로나 상황에서도 배움을 이어나가고 외로움에서도 벗어나갈 수 있도록 정중하게 요청드립니다. 김포장애인야학이 올해도 낮은 곳에서 중증장애인의 공부와 밥을 든든하게 챙겨줄 수 있도록 마음을 내어주시기 바랍니다.

무상급식을 할 수 있도록 마음을 나누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