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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과 출산은 인간생산노동입니다

<세계여/성노동자대회>는 2018년 10월 27일 그 첫 문을 열었고 2019년 10월 5일에 제2회 대회를 개최했습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제3회 세계여/성노동자대회> 조직위원회는 형식을 변경하여 2021년 3월 3일 온라인으로 개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제3회 <세계여/성노동자대회>는 임신과 출산 노동에 초점을 맞추고자 합니다. 1, 2회 대회는 소외되고 은폐된 여성과 성적 주체의 노동을 드러내고 여/성노동의 비생산-비노동-비가치화의 문제를 제기하였습니다. 3회 대회는 그 중에서도 임신과 출산을 인간생산노동으로 전면화하고 가치화를 주장함으로써 새로운 인식을 촉구하고 확산시키고자 합니다. 임신·출산을 생산과 노동으로 간주하지 않는 것, 가치화하지 않는 것은 가족과 국가와 시장의 통제와 맞물려 있습니다. 가족과 국가와 시장과 같은 ‘성장치’들은 여성과 성적 주체들을 통제합니다.

2019년 진행된 제2회 세계여/성노동자대회

가족제도와 결혼제도는 인간생산과 노동을 통제합니다

인간생산은 연애, 결혼, 섹스의 통제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성’을 둘러싼 다양한 이데올로기들이 여/성노동자들의 생산과 노동을 통제합니다. 가족관계와 결혼제도, 섹스에 대한 사회 통념이 바뀌고 있고, 가족구성권에도 변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지구지역적으로 여전히 임신·출산을 하는 여/성노동자들은 다양한 형태로 억압과 착취를 당합니다. 연애와 결혼의 선택권을 부정당하는 성적 주체들이 여전히 다수이며, 선택권을 가지고자 할 경우에는 염산테러와 명예살인과 같은 신체적-사회적-정신적 위해가 가해집니다. 국가는 낙태죄와 같은 법적 장치를 두어 여/성노동자들의 임신과 출산을 통제하며 국가 정책으로 출산율의 저하를 막으려 합니다. 하지만 국가의 출산정책은 여/성노동자 당사자와는 직결되지 않습니다. 일-가정 양립 정책도 임신·출산이라는 노동과 직결되지 않습니다. 산전, 산후 휴가제가 있지만 이는 임신·출산을 하는 당사자로서 여성과 성적 주체에 대한 사회적 가치화와는 거리가 멉니다. 임신·출산은 자본의 축적과 직결되어 있지만, 자본과 기업과 시장은 이를 은폐합니다. 여/성노동자들의 임신·출산은 인간생산을 통해 자본에게는 노동력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자본은 임신·출산이 자연적 현상이라고 간주하는 사회의 통념에 힘입어 이 노동에 대한 가치화를 어떤 형태로든 하지 않습니다. 인간생산노동의 가치화를 요구하는 것은 국가-시장의 공모체제를 밝히고,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착취와 수탈을 밝히는 것이 될 것입니다. 임신·출산 노동자의 존재 형태는 다양합니다. 임신·출산의 형태와 방식은 이성애적인 소위 ‘정상’ 가족 관계 이외에도 다양합니다. 비혼여성, 한부모, 대리모, 트랜스젠더와 같은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사회는 임신·출산에 위계를 두고, 낙인과 차별을 가합니다. 3회 대회는 임신·출산 노동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추구합니다. 특별히 <세계여/성노동자대회>는 낙인찍히고 차별받는 대리모 노동자들의 상황에 깊은 관심을 갖고 인식의 전환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임신·출산을 둘러싼 지구적 차원의 생명공학과 생명산업, 의료체제는 인간생산을 하는 여/성노동자들을 억압합니다

2019년 진행된 제2회 세계여/성노동자대회

3회 대회는 이 산업과 자본과 권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면밀히 살피고, 이 권력에 대항할 대항지식을 구축하고, 행동하고자 합니다. 인간생산노동자들이 주체가 되어 지식과 체제를 변혁하고 재구성할 수 있도록 힘을 기르는 일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여/성 노동자들의 인간생산과 노동을 전면화하려는 움직임은 자본주의-가부장체제를 변혁할 동력이 될 것입니다. 현재의 자본주의-가부장체제의 생산과 노동은 상품생산과 임금노동 중심 체제입니다. 임신·출산을 생산과 노동으로 보고 가치화한다는 것은 현재의 상품생산체제와 임금노동 중심성을 바꿀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입니다. 또한 근대 자본주의-가부장체제가 체계적으로 형성한 성체계를 변혁할 가능성이 될 것입니다.

3회대회 워크샵에서 참여자들의 인간생산노동에 대한 생각

임신·출산은 종체계와도 연결됩니다

임신·출산에 대해 인간중심적 사고를 넘어 동물의 임신·출산을 바라봐야 합니다. 동물들은 자본-국가의 틀 속에서 생산과 노동을 담당하며 먹잇감으로 죽어가고, 집단으로 살처분 당하기도 합니다. 착취와 수탈의 대상이 되어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수많은 동물들에 대해서, 그리고 동물들의 임신·출산에 대해서 <세계여/성노동자대회>는 집중적으로 관심을 가질 것입니다. 동물의 임신·출산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자본, 국가, 시장, 의료-과학기술에 대항하는 지식을 생산할 필요가 있습니다. <세계여/성노동자대회>는 3회 대회를 출발점으로 임신·출산을 둘러싼 현재의 자본주의-가부장체제의 억압-착취-수탈을 직면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 억압-착취-수탈을 가능하게 하는 성종계급 모순과 성종계급체계의 변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자 합니다. 제3회 <세계여/성노동자대회>는 대회의 취지와 방향에 공감하는 모든 분들에게 열려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