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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 살아 좋겠다”

어느 날부터 장애인거주시설에서 한 사람 한 사람씩 천천히 밖으로 나갔습니다. 먼저 자립해서 나간 이는 가끔씩 다시 시설로 찾아와 나에게 말했습니다. “내가 나가 살아보니 좋아.” 그리고는 핸드폰으로 자기가 어딜 놀러간 사진, 새로운 친구를 사귄 사진들을 보여줬습니다. 들뜬 얼굴을 보며 “나가 살아 좋겠다”라고 답하긴 했지만, 그게 영 내 삶이 될 것 같진 않았습니다. 자립, 좋지만 나와는 먼 이야기라 생각했습니다. 나에게 필요한 지원이 정말 시설 밖에도 있을까 생각하면 눈앞이 껌껌했습니다.

“내 남은 생은 밖에서 살아볼래”

2009년 시설거주장애인 8명이 무작정 짐을 싸고 나가 “시설 밖 지역사회에서의 삶”을 외치며 마로니에 공원에서 노숙농성을 했다고 했습니다.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지금 2019년, 서울시 역시 ‘탈시설 정책’이 만들어진지 10년, 그리고 대통령도 장애인 탈시설 정책 수립을 약속했습니다. 마음이 두근두근 했습니다. 이제 한 사람의 ‘탈출’이 아니라 제도적 ‘지원’으로 나갈 수 있구나 싶었습니다. 나는, 우리는, 남은 생을 시설 밖 주택에서 살아보기로 용기를 내었습니다.

“생에 처음 갖는 나만의 공간과 물건”

저마다 장애인거주시설로 들어온 이유는 다르지만 우리는 같은 공간에서 짧게는 10년, 길게는 40년까지도 살았습니다. 살아오며 나에게 있는 물건들을 세어봅니다. 내 것이 아닌 TV, 같이 쓰는 옷장, 직원들이 돌려주는 세탁기, 함께 쓰는 식판과 수저, 그 중에서 오롯이 ‘내 것’이란 옷 몇 벌, 내가 소중한 물건들을 담아놓은 가방 정도였습니다. 그러고 나니 실감이 났습니다. 아, 시설 밖 삶이란 내가 나만의 공간을 갖고, 나만의 물건을 소유하는 것에서 시작하는구나. 내 생에 처음이라고 생각하니 뭔지 모를 설렘과 두려움이 엉켜 마음속에서 꿈틀댔습니다.

"나의 새로운 삶을 응원해주세요"

10년 전 장애인의 탈시설과 자립에 대해 무지했던 사람들은 시설거주장애인이 시설 밖 삶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두 가지였습니다. “혼자 어떻게 살래?”, “뭐 해먹고 살래?” 여전히 누군가는 나에게 똑같이 물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난 답하고 싶어요. 네, 안 그래도 나 먹을 밥 숟가락 하나, 내 몸 뉘일 이불 하나를 얼마 없는 돈으로 다 사려니 손이 떨립니다. 그러니 나의 새로운 삶을 응원해주세요. 당신이 선물해주는 지원금으로, 나도 나 혼자 말고 다른 사람과 밥 한끼 나누며 잘 살겠습니다.

인생의 첫 자립을 지원해주세요!

수 십년 간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지내온 분들이 설레는 마음으로 자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대형 장애인거주시설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개인의 공간인 지원주택으로 자립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들에게 지원되는 자립정착금만으로는 기본 세간살이를 구매하기도 벅찹니다. 인생의 첫 자립, 여러분의 지원금으로 필요한 생활물품을 지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