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같이가치

어린나이에 가정이 해체되어 하늘이 무더지는 쓰디쓴 아픔을 온 몸으로 경험한 아이의 텅빈 마음을 함께 채워요

공동생활가정은 한창 사랑받고 티없이 자라야할 어린나이에 가정이 해체되어 하늘이 무더지는 쓰디쓴 아푼 상처를 온 몸으로 경험한 아이들이 모여 성씨가 서로 다르지만 언니 동생을 맺고 서로를 의지하며 가정을 이루고 사는 그룹홈입니다. 아이들은 저마다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엄청난 상처를 가슴에 품고 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못하고 항상 웅크리고 위축되어 살고 있습니다. 이 아이들은 학교에 가 보아도, 방과후에 지역아동센터에 가보아도 친구들을 보면서 항상 텅빈 마음을 남몰래 쓸어 내립니다. 공동생활가정에서 선생님들이 친부모와 같이 사랑으로 키워주지만 친부모 밑에서 자라고 있는 친구들을 바라보면 항상 엄마품이 그리워 저절로 위축되기 때문입니다. 하루는 공동생활가정에서 올해 3학년이 된 막내 수정이가 와서 선생님께 물어봅니다. "선생님 침대에서 자면 무슨 기분이에요?" 무슨 뜻인지 모르는 제가 다음 질문을 재촉하자 "오늘 친구 집에 갔었는데요, 핑크색 침대가 있었어요. 꼭 공주님이 자는 침대처럼 생겼는데요. 딱 한 번만 누워보고 싶었는데 친구가 자기 거라고 안된다고 했어요. 좀 치사하지요? 1분만 누워있는다고 했는데..." 잔뜩 상심했는지 표정이 밝지 않습니다. 위로의 말을 건네고자 "수정이가 자는 이불하고 비슷한 거야, 선생님이 보기엔 수정이 이불이 훨씬 예쁠 거 같아." 라고 말했더니 수정이가 바로 말하기를 "거짓말 마세요. 침대에서 자면 꼭 구름 위에서 자는 것 같을 거예요." 졸지에 거짓말쟁이 선생님이 되어 버렸습니다. 사실 중학교,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도 허리가 아픈 친구들도 있고, 잠자리 다툼도 있던 터라 침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여러 번 부탁했지만, 한 달 살림살이를 간신히 마련하는 그룹홈의 예산으로 참 어렵고 난감한 부탁입니다.

정리 하기 어려운 이부자리들

온전히 쉴 수 있는 나만의 작은 공간이 필요해요.

어제는 첫째 언니와 넷째 언니가 서로 자기 이불이라며 다퉜답니다. 한 이불에서 서로 의지하면서 자야 하니 자주 일어나는 언쟁이지요. 서로 배려해서 잘 넘어가는 경우가 많지만 어제처럼 큰소리가 나는 경우도 있답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성도 커집니다. 방도 거실도 자기 것이 없는 아이들은 온전히 쉴 수 있는 자신만의 잠자리가 무척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애들아, 오늘은 방 정리 좀 잘하게." "이부자리는 정리 좀 잘해 두자." 지난겨울방학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했던 잔소리였어요. 그럴 때마다 아이들은 "선생님은 아침마다 똑같은 이야기만 해요." 하면서 귀여운 투덜거림이 이어집니다. 사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아무리 치우고 정리해도 방이 깨끗하게 보일 리 없다는 것을요. 여러 명이 생활하는 그룹홈이다 보니 항상 어딘가에 담요가 굴러 다니고, 베개도 주인을 잃기 마련입니다. 만약 우리 아이들에게 자신만의 침대가 있다면 정리정돈도 깨끗하게 할 수 있을 것이고, 자라나는 아이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될 거예요. 우리 수정이도 친구에게 침대에서 자면 어떤 기분인지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응원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