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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 간이 화장실도, 공중화장실도 없습니다

인도 델리 외곽의 한 시골 마을. 아직 해가 뜨기 전, 혹은 해가 진 후 소녀들은 밖으로 나갈 채비를 합니다. 한 손엔 작은 페트병을 들고 삼삼오오 모여 인적이 드문 기찻길로, 수풀로, 강가로 달려갑니다. 소녀들은 하루 종일 참은 용변을 해결하기 위해서입니다. 지금 우리로서는 상상이 가지 않지만, 이곳엔 집에화장실이 없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노상 배변을 합니다. 마을에 간이 화장실도, 공중화장실도 없습니다. 그래서 소녀들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날이 어두워지면 강으로, 들로 볼일을 보러 가야 합니다. 한창 예민한 시기인 소녀들이 집이 아닌 바깥에서 페트병에 담긴 약간의 물로 용변을 처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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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일을 보는 게 무서운 까띠야

이 마을에 사는 올해 14살인 까디야는 볼일을 보는 게 두렵고 싫습니다. 밤이면 집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강가에 가서 볼일을 보는데, 가는 길이 너무 무섭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이웃 마을에서 용변을 보러 갔다가 한 소녀가 성폭행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더욱더 끔찍합니다. 까디야는 대소변을 줄이기 위해 최대한 음식도, 물도 적게 먹으려고 노력합니다. “밖에서 볼일을 볼 때마다 정말 끔찍해요. 주변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배설물 때문에 악취가 나서 싫고, 어둑한 곳에서 남자들을 만날 때면 너무 불안해요. 그래서 볼일을 보러 갈 때마다 신에게 기도합니다. 오늘도 무사히 지켜달라고...” 인도에서 화장실은 여성의 안전과 직결됩니다. 2016년 미국 미시건대 연구에 따르면 집 안에 화장실이 없어서 들판이나 철도에서 용변을 봐야 하는 여성들은 그렇지 않은 여성들에 비해 성폭행 당할 위험이 2배나 높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또한 2013년 인도에서도 가장 가난한 농촌 지역인 비흐라주의 경찰관계자는 BBC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지역 성폭행 사건의 대부분은 여성들이 이른 아침과 늦은 저녁 용변을 보러 나올 때 벌어집니다. 집마다 화장실이 갖춰져 있었다면 지난해 1년 동안 성폭행 400건은 막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단지 화장실이 없어서 존엄성을 침범당하는 여성들... 단지 화장실이 없어서 가장 기본적인 욕구조차 억눌러야 하는 여성들... 화장실만 있어도 이들의 생명과 존엄성을 지켜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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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하지 못한 환경으로 12만 명의 어린이가 사망합니다

노상 배변은 또 다른 작은 생명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야외 배설의 주요 원인인 전염병으로 인도에서는 연간 5살 이하 어린이 12만 명이 사망하고 있으며, 많은 아이가 콜레라, 장티푸스, 이질, 피부병 등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직시한 인도 정부가 ‘클린 인디아’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인도의 작은 시골 마을에까지 미치기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따뜻한 하루의 센터가 있는 빠리다바드는 델리에서 남쪽으로 2시간 떨어져 있는 곳으로 인구밀도가 굉장히 높은데 이 마을에 사는 여자들 또한 가정에 화장실이 없어서 밖에서 볼일을 보고 있으며, 마을에 하나 있는 공중화장실은 고장 나서 사실상 이용할 수가 없습니다. 가난하다는 이유로 생명과 존엄성을 지키지 못한 채 비위생적이고 위험한 환경에 노출된 여성들에게 화장실을 만들어주세요. 이들이 안전하고 깨끗한 환경에서 살아갈 권리를 되찾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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