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같이가치

사람의 편의를 위하여 죽음으로 내몰리는 고양이들

태어난 지 한 달 정도 된 새끼 고양이 두 마리가 늦은 밤, 차가 쌩쌩 달리는 도로가를 깡총거리며 뛰어다녔습니다. 너무 작고 이리저리 다니는 탓에 얼핏 봐서 고양이라는 걸 알아차리기 어려울 정도였는데요. 이 고양이들을 찾기 위하여 카라 활동가와 119 구조대원, 경찰이 근처를 샅샅이 살폈고 풀숲에 숨어있던 두 마리를 구조했습니다. 다행히 건강에는 별 탈이 없는 고양이들은 ‘푸리’와 ‘리덤’이라는 이름으로 카라에서 입양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사람의 편의를 위하여 만들어진 도로가 고양이들에게는 생명을 위협하는 죽음의 장소가 되기도 합니다. 특히 도심을 벗어날수록 로드킬 당한 고양이 사체는 빈번하게 발견됩니다. 도로를 건너다 차에 치이기도 하지만, 차 보닛에 숨어 들었던 고양이가 도로 위에 떨어져 사고를 당하기도 합니다. 재개발 지역에 남겨진 고양이 역시 사람에 의하여 생존을 위협받습니다. '다비'와 '더블'이는 사람이 떠난 재개발 지역에서 구조된 고양이입니다. 재개발이 진행되어 폐자재가 수북한 텅 빈 아파트 단지에서 구조된 더블이는 구조 당시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병든 어린 고양이였습니다. 주위에 어미도, 다른 고양이도 없이 덩그러니 혼자 있던 더블이가 발견된 아파트는 곧 철거될 예정이어서 자칫하면 무너진 건물 더미에 큰 사고를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오래된 동네의 길고양이였던 다비는 돌봐주던 케어테이커가 있었지만 재개발이 진행되며 전처럼 꼼꼼한 보살핌을 받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심한 장 꼬임과 복막염이 의심되는 상태여서 구조 후 곧바로 입원 생활을 시작했는데, 다행히 잘 회복되어 지금은 카라 더봄센터 묘사의 터줏대감이 되었습니다. 사람이 떠나 폐허가 된 곳에 남겨진 고양이들은 언제 무너질지 모를 건물 틈에서 사람의 보살핌 없이 하루하루 위태롭게 살아갑니다. 힘없는 아기 고양이였던 더블이는 건강하게 잘 자라는가 싶더니 몇 달 전 신부전을 진단받았습니다. 6년을 길고양이로 살아온 애교냥이 다비는 2년째 가족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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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에서 발견된 푸리, 리덤

구조 직후 푸리, 리덤

재개발 지역에서 발견된 다비 (2020년)

건강하고 씩씩하게 지내고 있는 다비 (2023년)

폐허가 된 아파트 단지에서 태어난 더블이 (2016년)

신부전으로 투병중인 더블이 (2023년)

집착으로 생겨난 동물 학대, 애니멀호딩

서로가 꼭 닮은 고양이 가족 '람보', '레이', '릴리', '로리'는 애니멀호더의 집에서 구조됐습니다. 처음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할 때는 아마 문제가 없었겠지만 중성화가 되지 않아 마리 수가 늘어나고, 어느 순간 돌봄에 한계를 느껴 고양이들이 방치되며 평범한 고양이 집사였던 반려인은 애니멀호더가 되었습니다. 구조 후에도 사이좋게 지내던 고양이 가족 중 로리가 유일하게 입양됐고, 람보와 릴리는 아직도 가족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제서야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어가던 레이는 심장기형으로 인한 질병이 깊어져 병원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별이 되었습니다. 유행하는 품종묘를 분양받아 키우는 것으로 시작된 반려도 그곳에서 태어난 새끼들, 그리고 또 다른 품종묘의 추가 분양이 이어지며 애니멀호딩으로 전락했습니다. 쓰레기와 분뇨로 가득 찬 집에서 39마리 고양이가 구조됐고, 그중 8마리는 2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가족을 기다립니다. 많은 수의 동물을 키운다고 해서 모두 애니멀호딩은 아닙니다. 애니멀호딩이 꼭 수십 마리의 동물을 키우는 것만도 아닙니다. 동물의 중성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자가 번식으로 개체 수가 늘어나고, 동물에 대한 적절한 돌봄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면 그것이 바로 애니멀 호딩입니다. 그런 현장에서 만나는 애니멀호더는 하나 같이 동물에 대한 마음은 깊지만, 동물의 복지를 걱정하기 이전에 동물에게 지나친 집착을 보입니다. 책임질 수 없는 동물을 키우는 일, 반려가 아닌 학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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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구조된 아빠냥이 람보의 껌딱지였던 레이(오른쪽)

선천적 심장기형으로 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별이 된 레이

39마리의 고양이가 구조된 애니멀호딩 현장 (2021년)

구조된 39마리 중, 아직 입양을 기다리는 까망

발톱이 패드를 파고드는 상태로 구조, 치료 중인 솔레

구조된 39마리 중, 아직 입양을 기다리는 삼색

구조된 39마리 중, 아직 입양을 기다리는 부앙

미용 후 함께 쉬고 있는 부앙, 솔레

구조된 고양이의 건강하고 행복한 묘생을 응원해 주세요!

로드킬의 위험이 없고, 학대받지 않고, 지내는 곳이 재개발 지역이 아니라 해도 길고양이가 살아가는 환경은 너무나 각박합니다. 모든 건물과 도로와 시설물이 사람을 위하여 갖춰진 곳에서 고양이는 안전한 터전을 찾기 힘들고, 편견과 혐오의 대상이 되어 생존 자체를 위협받고는 합니다. 집 안에서 살아간다 해도 보호자의 집착과 그릇된 돌봄으로 질병과 번식의 굴레에 갇혀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길고양이에게 흔한 질병인 구내염은 치료받지 못하면 결국 음식을 먹지 못해 말라 죽어가는 고통스러운 질병이고, 집 안에서 반려묘로 지내다 느닷없이 버려진 유기묘들은 길 생활에 좀처럼 적응하지 못합니다. 중성화가 되지 않아 반복하는 출산, 외부와 단절된 공간에의 고립 등등 길고양이는 수많은 이유로 하루하루 힘겹게 삶을 이어갑니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구조된 길고양이가 이제는 편안한 묘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몸과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고 보듬으며, 고양이마다 다른 마음의 속도에 맞춰 조심히 다가갑니다. 집사의 돌봄을 받는 반려묘의 삶에 적응할 수 있도록 고양이들이 지내는 묘사에는 돌봄에 필요한 물품을 두고 위생적으로 관리하고, 고양이의 영양 상태에 맞춰 사료와 습식 캔을 급여합니다. 구조된 모든 고양이가 입양되어 가족의 품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입양을 위하여 정성껏 보살피지만, 어쩌면 몇몇 고양이는 남은 평생을 묘사나 병원에서 지내야 할지도 모릅니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힘겹게 삶을 이어온 고양이가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치료하고 돌보겠습니다. 구조된 고양이들의 제2의 묘생을 응원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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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한 구내염으로 온몸이 엉망이었던 진숙이 (2021년)

바닥에 뒹굴기를 좋아하는 개성만점 고양이 진숙이

창고 박스에 버려졌던 호기와 남매들 (2020년)

묘사에서 느긋하게 지내는 듬직 고양이 호기

유기의 경험이 있는데도 여전히 사람이 좋은 우와

출산을 거듭하다 구조된, 신발 냄새를 좋아하는 계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