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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대구에 거주하는 70대 시각장애인입니다

오늘 저는, 시각장애인으로 단출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던 저에게 생겨난 작은 변화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어 이렇게 글을 씁니다. 어떤 변화인지 궁금하시죠? 저는 요즘 한 달에 한 번, 저와 비슷한 환경의 시각장애인 친구들과 소풍 나들이를 합니다. 비장애인 자원봉사자들의 편안하고 다정한 안내를 받아 삼삼오오 짝을 지어 떠나는 소풍은 참으로 신나는 일입니다. 소풍 가기 전날 밤은 기대와 설렘으로 잠을 설치기도 한답니다. 갑갑한 실내를 벗어나 확 트인 자연에서 좋은 공기를 마시면서 걷기 운동도 겸하니 건강은 덤으로 좋아지고요. 비장애인이 보고 느끼는 것을 우리도 함께 보고 느낀다고 생각하니, 그들과의 소통도 훨씬 더 수월해진 것 같습니다. 소풍 장소도 다양합니다. 내가 살아보지 못했던 시간과 공간을 경험할 수 있는 미술관이나 박물관도 소풍의 장소가 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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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이라고 소개해놓고 ‘본다’고 하니 거짓말 같죠?

하지만 시각장애인들도 분명히 ‘보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냐고요? 시각을 제외한 다른 감각들을 동원해서 듣고, 느끼고, 상상하면서 눈앞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그려봅니다. 그러면 그다음에는 신기하게도 머릿속에서 선명하고 생생하게, 눈앞에 있는 듯 보입니다. 비장애인들도 역사박물관이나 전시회 작품들을 통해서 그 시대를, 또 그 공간을 본 듯이 상상하지 않나요? 그것과 결코 다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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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에 비해 다른 감각들이 예민하게 발달한 우리를 위해, 이 친구들은 진심을 다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소풍 장소에 도착해서는 자연을 비롯한 작품들, 혹은 다른 이웃들이 건네는 말들을 조금 더 들을 수 있도록 해주기도 하고요. 또 손끝에, 피부에 스치는 미세한 바람결을 놓치지 않고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건 정말 중요한데요, 소풍 도시락을 직접 준비해 소풍의 참 즐거움을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도록 도와 주지요.

저는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하는 소풍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비단 소풍이 좋아서 만은 아닙니다. 시각장애인이라는 편견을 거두고 우리 역시 그들이 사는 세상을 함께 느끼고 보고 있다는 것을 세상에 전해준 그 마음이 저에게 고스란히 전해져서 입니다.

우리들의 소풍은 한 달에 한 번, 대부분 전세버스를 대여해서 이동하게 되는데요. 반나절 만도 삼십만 원, 여덟 시간 기준으로 육십만 원 정도라 하니, 만만치 않은 금액입니다. 현재는 이 비용을 회원들의 회비로 충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여러분! 우리들의 신나는 소풍이 계속될 수 있도록 여러분 함께해 주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