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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과 치매 그 사이의 어르신들

복지관이 장기 휴관하게 되면서 어르신들에게 안부전화를 하다 보면 최근 있었던 일들을 잘 떠올리지 못하고, 했던 이야기를 재방송 라디오처럼 계속 들려주시는 어르신들이 계십니다. “집안에만 있다 보니 머리가 바보가 되는 것 같아. 자꾸 깜빡깜빡하고 답답해..” 매일같이 복지관에 나오시던 김남길(가명.84세) 어르신도 하루 종일 마치 갇혀있는 듯 한 집안에서 그저 외롭고 답답할 뿐이라고 합니다.

고립감으로 어르신의 치매 증상은 더 심해집니다.

최정숙 어르신(가명.76세)의 건망증이 심해진 이유는 코로나19로 집에서 혼자 게시는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복지관은 문을 열지 않고 다 같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먹던 점심은 간단한 레트로 식품으로 대체되었습니다. 연일되는 감염소식에 자연스럽게 어르신도 코로나를 무서워하며 집에만 있게 되었습니다. 2020년 9월경 어르신의 유일한 손님이 방문요양보호사가 되었을 즈음 어르신의 건망증도 심해지셨습니다. 혼자 있는 것이 우울함을 만들었고 우울증은 치매 증상을 악화시켰습니다. “한 쪽 머리에서는 계속 기억하라고 하는데 한쪽에서는 계속 잊으라고 하니 원......”

어르신에게 위안이 되는 빨간약, 치매예방학교

2004년 방영된 드라마‘꽃보다 아름다워’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은 치매에 걸린 배우가 마음이 아프다며 빨간약을 가슴에 바르는 장면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자신에게 위안을 주는 마음의 '빨간약'이 필요합니다. 2020년 복지관 치매예방학교에 참여한 김순철(가명.83세)어르신에게 치매예방학교는 빨간약이었습니다. 어르신은 한글을 띄엄띄엄 읽기는 하나 쓰는 법을 충분히 배우지 못했고, 배우지 못한 것이 평생의 한으로 자리 잡아 계셨습니다. 그래서 누군가 자신에게 ‘알고 있는지’ 질문하는 걸 싫어하셨습니다. 형식적인 치매검사도 불쾌하게 생각하시고 치매예방학교에 처음 참여할 때도 “그런다고 치매가 안 걸 리간?”이라는 마음으로 임하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동년배들과 함께 어울리며 “요즘엔 편안하세요?”라며 묻는 안부인사와 함께 소환되는 기억이 어르신은 참 좋았다고 표현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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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지우개라 불리는 치매, 어르신은 오래 기억하고 싶습니다.

새해를 맞이했는데도 여전히 복지관은 고요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시간과 장소와 사람을 알아보는 일이 조금씩 어려워지는 어르신들이 계십니다. 코로나로 외부활동이 제한되면서 실내에서 고립된 생활을 보내다 보니 기력도 떨어지고 기억력도 떨어집니다. 치매는 치료가 불가능한 병으로 치매가 걸린 순간 모두에게 힘든 고통으로 다가오며 특히 독거 어르신의 경우 누군가의 손길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치매의 비 약물적인 치료방법이 갈수록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으며, 꾸준한 인지훈련과 신체활동으로 치매의 진행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에 저희 꽃밭정이노인복지관에서는 새 학기를 맞아 통합 치매예방학교를 운영하여 인지·신체 프로그램을 통해 남아있는 기억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우리 어르신들이 더 이상 치매를 두려워하지 않고 당당히 배움을 통해 이겨나가실 수 있도록, 어르신의 소중한 기억을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도록 후원자님들의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